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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천사를 만났습니다. [넷톡]
안녕하세요..

서른줄에 들어선 대한민국 직장 여성입니다.

 

지하철 천사목격담 사건은 바야흐로,

지난 주 토요일 친구들과 만남을 파하고

서울에서 수원행 전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습니다.

의왕 쯤..왔으려나..

 

내 뒤에서 여자의 외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뭔가 물같은 액체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군가 테이크아웃한 커피를 쏟았나부다 생각하며 뒤돌아봤는데..

 

띵~하게 생기신 한 남성분이(술취한것 같아보이진 않았고..속이 안좋으셨는지..)

통화중이었던 여성분 하반신에 오바이트를 하신 거에요.

그.런.데..

 

그녀는 본인 옷에 한가득 뭍어있는 그 액체를 보고 화를 내기 보단..

그 "오바이트 남" 에게 "괜찮으세요??"이러는 거에요!

저와 주위사람들은 깜놀 상태로 5초간 정지..

어찌..사람이..그것도 친구도 없고 혼자였던 그 여성분이..

(저라면,아니 그 어떤 누구라도 민망하고 화가나서 씩씩거렸을텐데..)

저런말이 나올까?

저분..내공 장난아니시다..라고 생각했다.

그. 순. 간!

"오바이트 남"은 괜찮으세요?라고 묻는 그 여성분에게 2차 오바이트를

거침없이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이 여성분도 이번엔 좀 놀랬는지 살짝 피하긴 했는데..

다시한번 "어떡하지.."라며 '오바이트 남'의 상태를 안타까운 듯 바라보며 

걱정을 하시더군요.

하지만 그 상황을 보는 전철안의 모든사람들은 그 여성분의 상태를 

한마음으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주위사람들은 슬슬 오바이트 남이 영역표시한곳을 떠나기 시작했고,

바로 제 뒤에서 일어난 일이라 저에게도 그 액체가 튀어있었습니다..

순간 가방속에 짱박혀있던 명동길거리에서 나눠준 물티슈를 꺼내서

그 여성분에게 건내며 "이걸로 대충닦으세요"했습니다.

그러자 그 여성분은 "네..근데 저 남자분 부터 드려야할거 같아요."라며

또 한번 깜놀시켰습니다.. 말없이 휴지를 몇개 뽑아서 그 오바이트 남에게 

건내주러 다가가는 순간.........그 순 간!

마지막 마무리 오바이트 한방!!

헉!! 정말 까무라치는줄 알았습니다..

몇 초후..저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중년의 아저씨께서 조용히 오시더니

그....퍼질러진 액체에게 신문으로 이불을 덮어주셨습니다..

아...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멜랑꼴리한 향기가 진동하는 전철안을 그 여성분과 중년의 아저씨로의 훈훈함으로

감동의 도가니탕이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내리는 역에서 오바이트 남과 그 여성분이 같이 내렸습니다.

저는 여성분에게 "화장실 윗층에 있는데 제가 같이 가서 도와드릴께요."라고 했더니 

고맙다며 윗층으로 같이 올라갔습니다.

 

화장실 앞에서 그녀는 "저 혼자 할수 있을거 같아요.고맙습니다."라며

환하게 웃으며 정중히 말을 하고 혼자 화장실로 들어가셨을 뿐이고..

그런 그녀가 너무 아름답고 예뻐보였을 뿐이고,

마음을 뺏겨버렸고,

 

난...

여자일 뿐이고...

 

내가 남자라면 저여자 놓치지 않았을텐데..라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웃는 모습도..말하는 것도..상대를 배려하는 그 마음도..너무 예뻐보였습니다.

웃는 얼굴도 정말 천사같았어요^^

 

내가 그녀였다면..

인생 살아가다 나에게 저런일이 생긴다면..난 어떻게 했을까..

집으로 가는 길목에서  옆을 지나가던 연인들의 말이 들렸습니다..

남친:아까 남자가 오바이트 할때 여자반응 봤어?

여친:아니,뭐라그러긴 하던데..머랬어?

남친:오바이트 한 남자한테 괜찮으시냐고 물었자나..

본인이 더 안괜찮으면서..난 그 여자분 태도가 참 인상적이었다.

여친:그러게..대단하네..

남친:우와..정말..대단해..장난아니였어..어쩌구저쩌구(연신,그녀 칭찬중)

여친:그럼 그 여자랑 사겨!!!(투덜투덜)

 

그 여자분은..오바이트 당시 통화중이었습니다.

통화 내용을 살짝 들어본 결과,(뒤에 계셔서 다 들렸음)

누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던것 같다.

근데 오바이트를 당하는(?)순간 통화하던 상대방에게 말하길

"죄송한데요 저 집으로 가야할거 같아요"

(상대방이 "갑자기 왜?"라는 반응을 보였던거 같아요.)

"갑자기 일이 생겼어요.죄송해요.이따가 전화드릴께요"라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잠깐 본 여성분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 내가 보고 느낀 그녀라면..

전화상대에게 그렇게 말한이유는..

오바이트 남이 무안해할까봐 상대방을 배려하는 예쁜 그녀의 마음 때문이었을것입니다.

저라면..당연 짜증이 났다는 티를 팍팍 내며

"누가 나한테 오바이트해서 집에가야할것 같아"라고

노골적으로 얘기했을텐데 말입니다.


지하철에서 천사를 만났습니다.
by 폭두백수 | 2009/01/23 09:30 | 설레는 마음 | 트랙백(2)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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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ranigud's me.. at 2009/01/23 21:03

제목 : ranigud의 느낌
처, 천사님…!...more

Tracked from maclaude's m.. at 2009/01/23 21:13

제목 : maclaude의 생각
세상에 천사는 있어요....more

Commented by 폭두백수 at 2009/01/23 09:35
진짜 대단하네요. 저정도 경지까지 가려면 어떻게 해야되는지...

다시한번 저를 반성하게 만드는 글이어서 퍼왔습니다.
Commented by 물꿈 at 2009/01/23 10:03
진정 천사님이시군요;; 그런 분이 있다는 상상도 못했는데 말입니다.
Commented by FromNil at 2009/01/23 10:04
아침부터 훈훈한 글 잘 읽고 갑니다. ^^
Commented by ... at 2009/01/23 10:26
허억... 성인이다...
Commented by piyoko at 2009/01/23 10:32
...우와...대단한 분이신데요;; 저정도면 거의 열반의 경지에 오르신거 아닐지;;
Commented by 림rym at 2009/01/23 11:33
정말 성인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군요 ;; 그분, 감동스럽습니다 ㅜㅜ
Commented by 키요이 at 2009/01/23 11:42
세상애 저런 천사가 계신다니.......저도 감동......
저도 반성좀 해야갰음니다.
Commented by 아일턴 at 2009/01/23 12:55
아아.. 만화에서만 보던 그런 천사표 여주인공이네요....
Commented by 폭두백수 at 2009/01/23 13:25
진짜 저 자리에 있었으면 완전 반해서 따라갔을꺼 같아요.
Commented by 우와 at 2009/01/23 16:13
저도 그 천사님한테 반했어요.. 근데 저도 여자일 뿐이고..!!
Commented by 폭두백수 at 2009/01/23 17:36
그럼 저한테 반하시면 됩니다. ㅋ


죄송해요... ㅜㅜ
Commented by Bailar at 2009/01/23 23:19
진짜. 와.


나도 여자일 뿐이고. -┏
Commented by 프레임 at 2009/01/28 13:57
진짜 대단한 여자분이시네요.ㅋ
이 글을 읽으면서도 그 분 얼굴을 보고 싶군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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